어린애같은 친정엄마 (심화편)
조회 31,646| 2017.07.17| 김여사 (m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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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간에 친정엄마 얘기 쓰는 건 남편 흉보는 얘기나 남 얘기 쓰는것보다 심정이 복잡해집니다.

죄책감 때문이죠. 낳고 키워주신 분을 남들한테 흉이나 보고 있는 배은망덕한 자식이 된거같아서죠. 그래서 더욱 필요한지도 모르겠어요. 하소연할데가 없으니까요.

먼저 쓴 하소연에 공감해주신 분들도 계시고 기타 도움되는 답글 잘 읽었습니다.

이번엔 좀 더 깊은 얘기로 들어가봐도 될까요. 아직도 가슴이 답답하네요.^^


저는 제 나이 오십이 다 되어가는 즈음에 제 엄마의 '모성'을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모성이란 본능인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혹시? 하는 생각이 들었고 제 엄마가 모성이 없다는것에 확신이 들지는 않습니다. 모성이 있거나 없거나 너를 낳아주고 키워주신건 맞긴 맞죠.

문제는, 제 엄마가 자식에 몰입하지 않고 자신을 우선시하는 여성이면서 독립적이면 저도 괜찮겠는데 먼저글에 썼듯이, 자식에게 (딸에게) '엄마'를 바라시고 의존하며 만능해결사가 되어 끊임없이 사랑을 퍼부어주며 엄마앞의 악당들을 다 물리쳐주기를 바라신다는 거죠.


저의 엄마의 테마는 '외로움'인데 늘 너는 그 절절한 외로움을 모른다 하시면서 고통처럼 말해도 가끔 저 사람은 외로움이라는 걸 알기나 알까 하고 말씀하시거든요. 행복해보인다는 뜻이 아니라 외로움같은 걸 느낄줄 알기에는 너무 정신세계가 낮아 보인다는 뜻으로요. 인간은 누구나 외로워...하는 식으로 반응하면 그날은 엄마와 대화가 좀 어긋나는 날이되죠.


저의 엄마는 평생을 가꾸시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으셔서 참 젊어보이시는데요. 늘 불평하듯 말씀하세요. 밖에나가서 누가 나이를 물어봐대서 너무 괴롭다, 60은 넘었냐고까지 보는데(현재 76세)너무 괴롭다, 살림하고 사는 사람처럼 안보인다, 뭔가 다른 분위기가 있다, 남편분은 참 멋지신 분일거 같다, 등등.


또하나의 테마는 '자존심'입니다. 스스로 '자존심 하나로 버텨온 인생'이라 말씀하시듯 그 단어도 정말 많이 듣는 말이죠. 근데 엄마의 자존심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모를때가 많아요. 누군가 나를 만나면서 아무렇게나 입고 나오면 자존심이 상한다, 자식이 선물을 주면서 고작 목욕용품이나 스카프 따위나 던져주면(엄마표현) 자존심이 상한다. 너무 마음이 힘들지만 신경정신과에 가는 일은 자존심이 상해서 못가겠다... 사실 지금 큰아들과 의절한채 지낸지 10년 가까이 됩니다. 무슨 일로 틀어졌는데 오빠네가 사과하고 풀려고 시도해도 엄마의 기준에 들어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한이후 지금까지 그렇게 되었는데요. 그때도 내세운게 자존심입니다. 내 자존심은 어쩌라고 그렇게 정식으로 하지도 않고 어물쩡 넘어가려고 하느냐...


그때도 거품물고 오빠네 -특히 올케-를 함께 욕하지 않는다고 엄마로부터 비난과 서운함의 원성을 많이 샀었어요. 저는 어디까지나 다시 보고 살아야 하니까 좋게 중재하려고 하면 너는 맨날 엄마편이 아니다 하시죠. 그런데 만일 엄마편을 들으면 그걸 상대에게도 말하시거든요. oo도(저) 네가 잘못했다고 그러더라...하면서요.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밉다고 하는 말도 있는데 너는 절대 그런 시누이가 아니야, 항상 걔네(올케들) 편에서 서있어... 고약하게 자기 친정엄마 역성들고 올케 몰아세우며 울엄마한테 잘하라고 악악대는 시누이 역할을 저의 엄마는 기대하십니다. 휴...


저의 작은오빠는 좀 천성이 약하고 우유부단하고 생활력없는 남자 스타일인데요. 그래서 가끔 이 오빠가 엄마에게 금전적인 요청을 하는가본데 이 오빠 흉을 또 제게 보시면서 차라리 모르면 좋겠다는 거에요. 그때 저는 모성이 무엇인가 혹시 엄마에게 모성이 있는걸까 의심했어요. 안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은 진실이 아니라는 말도 있지만 제 엄마의 경우는 아픈 손가락 외면하고 싶은거잖아요,,,그거 모성일까 하는 의심.


요약하자면, 저의 엄마는 큰아들 내외 보지 않고 따라서 손자들도 못보고, 작은 아들은 가끔 만나고 작은 며느리는 안보고 그 손자도 안보고, 막내인 저는 외국에 살고 있고 2년전에 만났습니다. 그때도 떠나버렸기 때문에 다 필요없다고 제 결혼때 찍은 가족사진 버렸다고 했죠. 만나고 나면 그 후로 더 힘들어지니 차라리 보지 말아야 한다고 하시더군요. 내가 죽는다해도 올 수 없고 죽은 후에나 연락받고 오는게 무슨 소용이냐, 그러니 이젠 끝이다...이러면서도 엄마 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주르륵 흐르는 딸이길 너무나 바라시는. 와, 어쩌라고요.


어쨌든 멀쩡(?)한게 잘 사는듯 보였던 딸인 제가 최근 이혼소송을 하게됐는데요. 별내색을 안했기에 잘 사는 줄 알았던 딸이 그렇게 된데 낙담이 크셨겠지요. 남자인 사위가 날 위해줄 수도 있을지 모르고 내 편일 수 있었을테니까요. 흔히 딸이 이혼한다고 하면 지지하는 친정엄마가 있을까 싶지만 저의 엄마는 저에게 가장 상처를 주고 계시네요. 아직 기나긴 과정이 있는데 맨 먼저 이혼하고 한국에 올거냐 물으시길래 한국에 있다가도 이혼하면 외국으로 나가야 할 판 아니냐 했어요. 이젠 한국에서 이혼이 흠이 아닌거같다고 하시더니 생각도 안해봣고 나중 문제라고 했더니 뿌리가 있는곳에 사는게 좋다, 다들 나이들면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더냐, 거기까지 끌려갔다가(이 부분에도 기분이 상함) 이혼까지 하고 남아서 살고싶냐... 와, 왜 딸을 그리 처참하게 만드시는지. 이때도 저의 엄마에게 든 느낌은 딸의 불행을 가슴아파하는 모성보단 엄마의 빠른 계산속(?)을 본것같습니다. 제가 엄마의 순수한 가슴아픔을 왜곡하고 있는걸까요. 모르겠습니다.


그후 연락만하면 너만 아니면 내가 살겠는데 너무 힘들다, 왜 잘해보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는지 원망하십니다. 18년을 노력했는데 무슨 노력을 안했다고 하시는지... 결정적인 한방은, 어떡하냐 OO도(제 딸)도 이혼하게 될텐데. 그게 문제다... 10대 아이에게 할 말입니까. 보통 에미가 이혼을 망설이는게 자식때문인데 어찌 그리 말할 수 있냐고 너무 상처였다고 하니 세상사람들 흔히 하는 말을 했을 뿐이라고. 남의 일에 아무렇게나 떠들어대는 세상사람들하고 같아도 되는걸까요. 그러면서 제가 너무 예민해져서 조심스럽고 힘이 든다고.. 역시 피해자 코스프레.


그런 와중에 혜민스님의 책에 엄마를 그리워하는 부분이 가장 와닿아 눈물을 흘리며 읽었다며 엄마가 보내온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을 읽었습니다. 엄마입장이 되어서요. 거기엔 아버지에 대한 부분도 있고 다른 부분도 많던데 유독 거기에만 꽂히셨네...하면서요. 엄마의 의도를 모르는척 '엄마는 그런거 읽으면 엄마도 엄마생각 나?'하는 물음엔 답도 안하십니다. 혜민스님이 운영하시는 마음치유학교에도 가보시라고 권하니 또 별로시네요. 저는 알죠. 엄마는 그런 외부적인 게 필요하지 않아요. 단지 자식, 남편 주변사람들이 엄마를 칭찬하고 사랑해주고 위로해주고 찬양해주면 된다는걸요. 나 스스로를 위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저의 엄마는 은근한 질책처럼 말씀하시죠. 니들이 나를 어떻게 안해주니 오죽하면 내가 나를 위하겠냐 각성좀 해라...가 깔려있는. 제가 지금 보기엔 엄만 충분히 스스로를 위하면서 살아오셨는데 안그렇게 여겨지고 싶어하시네요. 제가 이혼건을 겪으면서 알게됐어요. 엄마는 우리를 위해 이혼하지 않고 아버지랑 참고 산게 아니라 엄마 스스로 이혼을 원하지 않으신거라는걸. 희생자 코스프레죠. 내가 누구땜에 맘안맞는 남편과 참고 살았는데 니들이 그걸 몰라줄 수 있느냐...


제가 요즘 엄마에게 절망을 느끼는건, 상대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든 본인의 감정을, 본인의 이슈를 들이대는것밖에 모르시는 엄마에 대해서입니다. 큰 아들 결혼후 다음해에 작은아들이 결혼한다고 했을때 엄마 마음은 생각도 않고 어찌 바로 다음해에 결혼을 한다고 할 수 있느냐. 제 결혼식때 울지않고 웃었다고 부모를 떠나면서 울지 않는 신부는 세상에 너 하나일 것이다며 남들 결혼식 갈때마다 신부가 우는지 안우는지 꼭 얘기하며 두고두고 비난을 하셨지요. 첫 손자를 봤을때도 아, 내가 할머니가 됐다니 참 슬프구나 하는 감정을 추스리느라 아기와 산모를 보러 병원에 가지 않아 올케와 올케의 친정엄마가 병실에서 붙들고 울었다는 얘기를 나중에 들었었습니다.


제가 엄마가 되고나서 엄마를 더 이해할 수 없어진것과 마찬가지로 제가 나이들어가면서 엄마를 이해할 수 없는것도 있네요. 살다보면 정말 기막힌 사연도 많은데 엄마정도에 뭐 그리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여인 코스프레가 하고싶은지. 2년전 할머니를 만난 제 딸아이가 한 말이 인상적이에요.

'엄마, 할머니는 불쌍한 사람이고 싶은거 같애.' 그 얘기를 웃으며 엄마에게 전하니 정색을 하며 아이에게 그러셨죠. 00야, 할머니는 분명히 고독사하게 될거야. 할머니한테 누가있니, 아무도 없어. 너네 멀리가서 살지..할머니는 고독사할거야... 고독사 뜻도 모르는 아이는 눈만 멀뚱멀뚱. 그러니까 정확히는 그거죠. 진짜 불쌍한 사람이어선 안되고 불쌍한 사람처럼 주변 모두에게 돌보아지고 싶은 것.


제가 괴로운 이유는 제가 제 마음을 잘 모르겠네요. 이쯤되면 엄마를 싫어하는건지 미워하는건지 그냥 힘들어하는건지...솔직히는 '환멸'이란 단어도 제 마음에 떠올랐어요. 어른으로서 저는 어떤 입장을 가지고 처신해야 마음속 갈등이 없을지에 대해 잘 모르겠어서 그런거 같습니다. 그리고 제엄마의 바람대로, '엄마'라는 말만들어도 눈물이 앞을 가리는 딸에 대해서도 완전히 자유롭지 않아서인거 같기도 하구요. 아니면 저도 그런 아이같은 엄마에게 사랑을 못받아서 이 나이될때까지 투정하는 걸까요.


세상에나, 너무나 길어졌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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